밀라노·코르티나 '조화'의 서막…김상겸 은빛 질주, 한국 400번째
'축구 성지' 산시로 8만 관중 속 개막…도시 4곳서 동시에 밝힌 성화
10일 쇼트트랙 혼성 계주부터 빙속·스키 '기대'…빅에어, 최초 결선 진출
[kbn연합방송=김진영 기자]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울려 퍼진 8만 관중의 함성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태극기는 설원에서 먼저 번쩍였다.
대회 이틀째인 9일(한국시간), 한국 선수단이 이번 동계올림픽 첫 메달을 신고했다.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에 출전한 맏형 김상겸이 디펜딩 챔피언 베냐민 카를(오스트리아)과 결승에서 치열하게 경합해 0.19초 차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이어 네 번째 올림픽 도전 끝에 거둔 값진 결실이다.
스노보드 김상겸이 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결승에서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은메달은 동·하계를 통틀어 한국 올림픽 통산 400번째 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개인 첫 메달, 대표팀 첫 메달, 그리고 역사적 기록이 한 장면에 겹쳤다.
8만 명이 숨죽인 밤, 네 도시가 동시에 빛났다
지난 7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공식 개회식은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렸다. 1926년 개장해 AC 밀란과 인테르의 홈으로 쓰여 온 이 경기장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다. '축구 성지'의 마지막 장면이 동계올림픽 개회식이었다는 점에서 산시로의 밤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었다.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에 이어 각국 선수단이 이탈리아어 알파벳 순서로 입장했고, 한국은 92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가운데 22번째로 트랙을 밟았다. 피겨 차준환과 스피드스케이팅 박지우가 대형 태극기를 들고 선두에 섰고, 선수들은 환호에 맞춰 손을 흔들며 천천히 첫발을 내디뎠다.
대한민국 선수단 기수 차준환(피겨 스케이팅)과 박지우(스피드 스케이팅)가 지난 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대회 개회식에서 선수단을 이끌고 입장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번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두 도시 이름을 함께 내건 동계올림픽이다. 1956년 코르티나담페초, 2006년 토리노에 이어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 번째 동계올림픽이지만, 400㎞ 떨어진 도시를 하나로 묶은 방식은 새로운 도전으로 평가된다. 개최지는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발텔리나·보르미오, 발디피엠메 등 네 곳의 클러스터로 나뉘고 선수촌도 여섯 곳에 분산해 진행한다.
성화 역시 두 도시에서 동시에 타올랐다. 밀라노의 '평화의 아치'와 코르티나담페초의 '디보나 광장'에서 성화가 점화되며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대회 연출은 20년 전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맡았던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마르코 발리치가 다시 지휘했다.
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평화의 아치'(아르코 델라 파체·Arco della Pace) 성화대에 점화된 성화가 불타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대회 주제는 이탈리아어로 '조화'를 뜻하는 '아르모니아(Armonia)'. 패션과 속도의 도시 밀라노, 전통적 설원의 상징 코르티나담페초가 하나의 리듬으로 어우러진다는 의미다.
메달 레이스 본격화…태극기 이어질 다음 무대
개회식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메달 경쟁이 시작됐다. 한국은 선수 71명을 포함해 총 130명 규모로 출전했다. 목표는 금메달 3개 이상, 종합 10위 이내다. 2010년 밴쿠버 대회 종합 5위(금6·은6·동2) 이후 다시 한 자릿수 순위에 도전한다.
밀라노에서는 빙속·피겨·쇼트트랙 등 전통 강세 종목이 펼쳐지고, 코르티나담페초·리비뇨·프레다초에서는 설상 종목이 이어진다. 선수단은 네 지역으로 나눠 각자의 무대에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한 김상겸이 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시상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겸, 베냐민 카를(오스트리아), 테르벨 잠피로프(불가리아).(ⓒ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오는 10일 혼성 계주로 출격하는 쇼트트랙 대표팀과 스피드 스케이팅 1000m, 피겨 여자 싱글은 메달 기대 종목으로 꼽힌다. 설상에서는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과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일정이 이어진다.
특히 스노보드 빅에어 기대주 유승은이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빅에어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18년 평창 이후, 한국 선수가 이 종목에서 결선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시로의 '라스트 댄스'가 끝나고, 이제 무대는 완전히 빙판과 설원으로 옮겨졌다. 김상겸이 연 은빛 문은 시작에 불과하다. 남은 14일, 설원과 빙판 위에서 태극기가 몇 번 더 펄럭일지 시선이 모인다.
kimjy4385@ikb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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